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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가] 惡夢
세븐루미
2019. 2. 20. 03:49
항상 달이 뜨면, 왜인지 모를 괴로움이 밀려온다. 문득 창문을 열어뒀다는 것을 깨닫고,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은 여전히 깊게 잘 수 없었고, 수십 번이고 그 악몽을 되풀이한다. 매 순간 일 분 일 초가 목을 조여오는 것 같고, 웃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가 부르는 것만으로도 착각하게 된다. 무심코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고 깨달았던 그날, 어쩌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생각해봤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날 ‘좋아’함을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괜찮았으리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슬픔에 젖어서 또 7년을 버티다 보면 감각이 무뎌질 터였다. 버티는 것 외에 해결책은 없다. 감정은 지워지지 않는다. 나는 몇 걸음 나아가지 못하고 또 멈춰 섰다. 멍청해. 창문을 닫으며 생각했다. 이런 날이면 어째서인지 항상 방문자가 있었다. 한 번도 부른 적 없었고 티를 낸 적도 없었다. 그렇지만, 항상 그 사람은 나를 찾아왔었다. 그러고 보니 분명 창문을 닫고 외출했던 것 같은데, 하도 정신이 없어서 헷갈렸나 보군. 이제 다시 잠자리에 들어 그 악몽을 반복할 시간이었다. 찾아와 줘, 그것이 나에게 한 약속이었으니. 당신이… ….
당신이? 아.
“다소 거친 수단을 쓴 것은 사과하지, 유가미군.”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느새 이불은 끝까지 덮여져있고, 자다가 일어났음에도 졸음이 밀려온다. 커텐이 열려있어서인지 창문 사이에서 달빛이 들어온다. 거기에는, 인영이 하나 서 있다. 손에 주사기를 들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보고 있었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거기에 서 있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워서, 전혀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았었다. 무슨 사과인 것일까, 저것은. 사과할 마음 같은 건 조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답할 힘은 없었다.
“어째서 찾아왔냐는 표정이구나. …보름달이 떴기 때문이야, 유가미군. 너는 분명 잠들지 못할 테니까.”
너의 그것은 ‘버릇’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심하니까. 웃으며 말하는 그 사람은 탁자 위에 주사기를 내려두고선,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방심했다. 한동안 평화로워서, 창문이 열린 것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왜 누군가가 그 사이에 침입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었을까?
살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졸음이 몰려온다. 이런 느낌은 이틀 연속 잠을 못 잘 때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제대로 된 사고가 불가능해진다. 무슨 약을 사용한 거지? 단순한 수면제인가? 아니면, 독인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지?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녀석은 입을 열었다.
“어째서일까?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어. 유가미군, 자네는 답을 알 것 같나?”
그 사람은 장갑을 벗고선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사소한 행동조차, 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을 텐데. 무슨 목적으로 또 기어들어온 건지는 잘 모르겠었지만,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붙잡는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당장 눈앞의 이 남자가 내 목숨줄을 쥐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해오지 않았다. 그 사람은 대답할 수 없는 나를 두고서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것들을 아주 깊게 고민해봤어.”
고민했다. 그것은 애증인가? 아니면 그저 아무것도 몰랐던 나날에 착각을 한 것인가? 차라리 그랬다면 좋았을지 모른다. 당신이 사라진 이후에, 내 마음속의 증오는 점점 시들어갔다. 말라 비틀어버린 증오는 무너지고, 결국 애정만이 남게 되었다. 그 사실이 무척이나 끔찍해서 자신이 싫어졌다. 누구에게 이 사실을 들켰다가는 발칵 뒤집어지겠지. 아니, 사실은 그 정도로 끝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유가미군,”
결론을 내리고선, 한동안 넋이 나갔었다. 나는 당신을 미치도록 사랑했었다. 두 번 다시 없을 정도로, 나는 지옥에 빠져있었다. 몸을 던진 것은 나였다. 과오인가, 이것은. 나는 지옥인지도 모르고 스스로 기어들어간 것이다.
“…나는 너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아. 그러니, 너의 악몽이 되겠다.”
당신은 이미 악몽이었다. 그림자에서부터 달라붙어, 천천히 나를 침식해온다. 꿈을 꾸면 항상 끝자락에 존재했다.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악몽이었다.
“다시 또 보름달이 뜨면, 떠올리는 것은 자네의 스승이 아니라 나였으면 좋겠네.”
사람이 맞는 말을 하나도 안 하는군. 아니, 사람이 아닌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당신은 아직도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생각이었다. ‘나’라는 존재를 하나도 남김없이, 상징하는 것들을 전부 빼앗을 생각이었나 보다. 결국, 다른 것들을 보면서도 당신을 떠올리게 만들 생각이었나 보다. 착한 아이구나. 네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겠다. 유가미군.
아침까지 악몽에 빠져, 나는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