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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가 단문 모음

세븐루미 2019. 2. 17. 15:40
아마도 평생 이어서 쓸 일 없는 막 휘갈긴 단문 모음입니다.



1. 이별의 거리

유가미군,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고들 하지. 내가 죽으면 너는 어떻게 할 건가?
 그 때의 나는 그 물음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었다. 곧 죽는다고 하면 사형날짜가 잡혀있는 내 쪽이었고,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닌 네가 죽을 일 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질문을 무시하고선 다시 서류에 시선을 돌렸었던가. 하지만, 바뀌는 일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종말이 예고하고 찾아오는 일은 없듯,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모든 것을 휩쓸고 사라져버린다. 나는 휩쓸려버린 것들을 세어보며 너의 부재를 실감한다.
 
 내가 사랑하고 있는 걸까? 하루에 몇번씩이고 그런 생각이 들어온다. 아무리 사랑에 이유는 없다지만, 너는 적이었다. 적이라고도 부르지 못할 정도로 나에게 있어서 악몽같은 존재였다. 모든 감정은 내 일방적인 발악에 불과했고, 순간조차도 될 수 없었다. 너에게 있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너는 행복해보였었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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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름달과 파트너의 상관관계
 
“유가미씨는 달을 정말로 좋아하시는군요.”

 어느 날, 키즈키가 흘러가듯 한 말이었다. 달? 지금 생각해도 유가미는 잘 알 수 없었다. 내가, 달을. 한 번도 그런 것을 의식해본 적이 없었다. 지난 7년간 확실히 밤에는 항상 달이 내려앉았었다. 비교적 높은 창문에, 쭉 달빛만이 조용히 비추고 있었으니까.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달빛에 홀린다고들 하던가. 나는 어째서인지 보름달이 내려앉으면 잠을 잘 잘 수 없었고, 그 때마다 곁에서 안심시켜주는 사람이 있었다. 단순히 감시의 역이라면 그정도까지 열심히 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유가미는 생각한다. 달이 뜨는 밤에, 또 그 사람이 찾아와주는 것은 아닐까? 라고. 이윽고 의미없는 기대임을 깨달으면, 창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