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어느날 갑자기 같이 서재를 정리하지 않겠냐고 권유해왔다. 마침 할 일도 없었고, 슬슬 정리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형은 원래부터 깔끔한 것을 좋아했고, 나는 적당히 깔끔한 상태로 내버려두는 걸로 괜찮았다. 형의 성격이었다면 애초부터 진작에 전부 치워버렸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아무런 말도 꺼내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자연스럽게 말하지 않는 약속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꽤나 갑자기 한 말이라 아무리 나라도 조금 놀랐었다.
서재에는 책이라기 보다는, 일기나 앨범의 비율이 훨씬 많았다. 형이 서재를 꺼리는 이유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책상 위에 놓여져있는 쓰다 만 편지와 깃펜 위에는 먼지가 쌓여있었고, 정리되지 않은 채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앨범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어린 시절의 모습을 찍어둔 것으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진의 갯수가 줄어들었었다.
형은 책장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아 보였기에, 나는 쓰다가 끊긴 것 같아보이는 편지를 집어들었다. ‘쿄우야와 키리히토에게’ 라고 적힌 그 편지는 인사말을 몇마디 적어둔 것이 끝인, 적었다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의 편지였다. 하지만 이 편지를 적기 위해서 많이 고민했으리라고 생각했다. 뭐니뭐니해도 당시에는 자그마치 2주동안 편지를 붙잡고 고민하셨던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도 남길 거라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정도는 표시해뒀으면 좋을텐데. 쓰다 만 편지를 편지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버리긴 아까웠기에 앨범에라도 꽂아둘까 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정리하자고 한 걸까, 형은. 언젠가 그럴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요즘 말한 변호사의 탓인 걸까. 아니면, 새롭게 데려온 그 아이 때문에? 형의 속내는 항상 읽을 수 없었다. 항상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결론을 냈었다. 그에 반면, 형은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전부 알고있는 정도였다. 겉으로 봤을 때는, 무척 닮았다는 소리는 자주 듣지만 어느 하나 같은 점은 없었다. 심지어 음악취향까지 다르니 알만 하지.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앨범들을 책장에 꽂기 시작했다. 이건 2살때쯤, 이건 5살때쯤. 시간별로 숫자가 적혀있어서 정리하는 것이 편했다. 그렇게 마지막 권까지 꽂아놓고 난 후, 주변을 둘러봤을 때서야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혀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몇은 과거에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형을 생각하는 나도.
“앞으로도 많이 달라질 겁니다, 쿄우야.”
그 말에 답하지는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속내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험이 있다. 형은 크게 답변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보단, 대답하는 것이 두려웠다. 형은 이번에 또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나에게 비밀로 하고선 이것저것 하는 일이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전화를 받으러 나가는 일이 잦아졌고, 책상 위에 간혹 올려져있던 서류들도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처럼만 하세요.”
형은 몇가지 책들을 넣은 상자들을 들고 먼저 방을 나섰다. 나는 편지를 주머니 속에 넣고선, 서재의 불을 껐다. 다시는 정리할 일이 오지 않으면 좋겠네, 여기.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왔다.
서재에는 책이라기 보다는, 일기나 앨범의 비율이 훨씬 많았다. 형이 서재를 꺼리는 이유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책상 위에 놓여져있는 쓰다 만 편지와 깃펜 위에는 먼지가 쌓여있었고, 정리되지 않은 채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앨범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어린 시절의 모습을 찍어둔 것으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진의 갯수가 줄어들었었다.
형은 책장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아 보였기에, 나는 쓰다가 끊긴 것 같아보이는 편지를 집어들었다. ‘쿄우야와 키리히토에게’ 라고 적힌 그 편지는 인사말을 몇마디 적어둔 것이 끝인, 적었다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의 편지였다. 하지만 이 편지를 적기 위해서 많이 고민했으리라고 생각했다. 뭐니뭐니해도 당시에는 자그마치 2주동안 편지를 붙잡고 고민하셨던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도 남길 거라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정도는 표시해뒀으면 좋을텐데. 쓰다 만 편지를 편지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버리긴 아까웠기에 앨범에라도 꽂아둘까 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정리하자고 한 걸까, 형은. 언젠가 그럴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요즘 말한 변호사의 탓인 걸까. 아니면, 새롭게 데려온 그 아이 때문에? 형의 속내는 항상 읽을 수 없었다. 항상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결론을 냈었다. 그에 반면, 형은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전부 알고있는 정도였다. 겉으로 봤을 때는, 무척 닮았다는 소리는 자주 듣지만 어느 하나 같은 점은 없었다. 심지어 음악취향까지 다르니 알만 하지.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앨범들을 책장에 꽂기 시작했다. 이건 2살때쯤, 이건 5살때쯤. 시간별로 숫자가 적혀있어서 정리하는 것이 편했다. 그렇게 마지막 권까지 꽂아놓고 난 후, 주변을 둘러봤을 때서야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혀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몇은 과거에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형을 생각하는 나도.
“앞으로도 많이 달라질 겁니다, 쿄우야.”
그 말에 답하지는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속내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험이 있다. 형은 크게 답변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보단, 대답하는 것이 두려웠다. 형은 이번에 또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나에게 비밀로 하고선 이것저것 하는 일이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전화를 받으러 나가는 일이 잦아졌고, 책상 위에 간혹 올려져있던 서류들도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처럼만 하세요.”
형은 몇가지 책들을 넣은 상자들을 들고 먼저 방을 나섰다. 나는 편지를 주머니 속에 넣고선, 서재의 불을 껐다. 다시는 정리할 일이 오지 않으면 좋겠네, 여기.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왔다.